공지사항


영상보기
바람이 꽃이 되어 한국공정무역협회 북한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강원도 바우길 변산 마실길 강화도 나들길(카페) DMZ 평화누리길(카페)

 

길 위에선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게시판입니다.
근심과 걱정거리를 끼고 살지만 그럼에도 세상은 감사할 것으로 가득차 있다는
인디언들의 말을 떠올립니다.



수도암-가야산 종주가 갖는 의미 3

조회수 4347 2015.06.14 23:52:41

많은 분들이 산에 다니지만 그들은 특별히

산에 남아있는 신화나 역사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멋진 자연,

멋진 풍광에 기대를 걸지요. 그러므로 국내의 산행은

레저에 가깝고 순례라는 이름을 갖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백두대간처럼 우리나라의 등줄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에도

그곳에 신화와 역사는 별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문화가

약해져 있고 유실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수도암-가야산 종주는 아주 특별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가야산이 경상권의 중심산이라는 점도 그렇고,

수도암에서 가야산이 연꽃봉오리처럼 떠오르는 그 모습은 가야산이

마음 속의 특별한 무엇이라는 상징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실제로 가야산은

1433미터로 경상권에서 가장 높습니다. 그리고 경상권의 산들중

유일하게 돌산입니다. 그래서 그 돌산이 우뚝 솟아있는 모습은 단연

가야산이 아주 특별한 산임을 깨닫게 합니다.


게다가 수도암에서 가야산 가는 길은 수많은 산들이 첩첩 포개져 있는데

그 산들이 모두 가야산을 향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야산이 가까워 올수록 가야산의 위용과 장엄함이 단연 돋보입니다.


2015-05-18 08.22.56.jpg


그리고 부박령을 지나 마지막으로 가야산을 오르면 가야산을 둘러싼 모든 산들이

다소곳이 가야산을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고, 그 신성함이 얼마나 절절한지

감동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것은 국내의 다른 어떤 산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그 무엇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 특별한 것은 우리나라의 다른 산들과 달리

가야산의 산신령이 살아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지리산 노고단의 산신령이 살아있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산신령의 존재 때문에 노고단에 올라간 적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천황봉에도 성모상이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성모상이 활동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노고단의 경우

사람들이 접근이 어렵게 되어 있고, 노고단 산신령을 모시는 사당조차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신들이 거의 모두 힘을 잃고

잊혀져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백산의 천제단도 그렇고

강화도 마니산의 참성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그곳을 찾지만

거기서 신성함을 만나지는 못합니다. 영적인 기운이 끊어졌기 때문이지요.

그에 반해 가야산 정견모주는 해인사 경내에 사당이 있고,

지금도 신성하게 모셔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몽골이나 티벳, 바이칼 등지 주민들은 길을 가다가도 산신령이 있는 산앞에서는

짐을 내려놓고, 오보를 세번 돌며, 술을 바치고 고시레를 합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정성껏 산신령께 경배합니다. 현대인들은 그런 모습이 구시대의 유산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사람들이 마음을 내어 산을 경배하고 모시지 않으면

산신령은 잊혀지게 됩니다. 사람들로부터 잊혀지면 산신령은 그 힘을 잃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도 수십년전만

해도 서낭당이 거의 모든 산마다 있었습니다. 그 서낭당은 산을 경배하기 위해,

또는 그곳의 산신령에 마음을 바치기 위해 마련된 신성한 제단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서낭당들이 급격히 해체되어가고 있고,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무시하고 지나기 일쑤입니다.


문화는 마을과 도시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과 산과 들

모두에 우리의 정신이 스며들어 있고, 그렇게 우리는 자연과 하나되어

우리의 독특한 민족문화를 일구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구의 도시문화에 빠져

우리는 이땅의 거의 모든 정신문화를 폄하하기 일쑤이고, 무시하기 바쁩니다.

그렇게는 우리의 민족문화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민족이라는 것은 그 민족의 문화가 잘 보존되고 힘을 가질 때만 살아남는 것입니다.

우리의 문화가 잊혀지고 망각될 때, 우리 민족 역시 잊혀지고 해체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역사이고 문화의 가르침이지요.


제가 가야산의 정견모주의 존재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직 그 힘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해인사의 경내에 모셔져 있기는 하지만, 국사단에 모셔져 있는 정견모주는

수천년 전부터 가야산권에 사는 주민들의 신망의 대상이 되어오신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인사에 모셔져 있는 팔만대장경, 고려대장경 등이 수많은 전란에도

무사히 보존되어 있는 것은 어떤 영적인 힘이 보호하고 있지 않다면

거의 불가능합니다. 모두 정견모주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는 거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종주에서 가야산이 신성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정견모주 덕분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해인사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공덕이 가야산을 지키는게 아니냐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오히려 그분들은 정견모주가 보호하는 영적 울타리 안에서

수행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견모주가 없다면 해인사 역시

그 힘을 잃고 말 거라는 것이지요.


20150519_175957.jpg


저는 해인사를 둘러싼 크고 작은 능선들 하나하나가 모두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정말 경이로운 것이고, 가야산이 살아있음을,

아주 특별한 곳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가야산에 영적인 에너지가 여전히

충만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수도암-가야산 종주는 국내의 다른 종주코스들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와

기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가야산에는

오랜 역사와 신화와 놀라운 사연들이 담겨 있습니다. 최치운의 학사대 전나무도

그렇고, 최치운이 세상을 떠날 때 해인사 앞쪽의 진대발골로 들어갔다는 것도 그렇고

사명대사가 만년에 해인사 맞은편 골짜기(진대발골 입구)에서 사시다 돌아가셨다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가야산에는 이루 다 헬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야기와

감동과 옛 이야기들이 전합니다.


그것들은 잘 보존되어야 할 것이고

사람들의 마음에서 기념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종주 마지막날인 수요일날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남아있는 참가자분들과 해인사를 찾았습니다. 해인사 터가 갖고 있는

선성함을 보여주기 위해서지요.


2015-05-20 09.58.39.jpg 

2015-05-20 10.15.48.jpg


몇분이 대적광전 앞마당에 있는 삼층탑을 보고 탑돌이를 하시겠다고 하길래

탑돌이할 때는 트랜스워킹할 때처럼 무릎을 구부리고 걷는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래야 빌고자 하는 소망이 머리 속의 관념으로 머물지 않고 가슴과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인디언들도 그렇고, 다른 원주민들도 신성한 장소를 돌 때는 다 무릎을 구부리고 걷습니다.

그것이 인류가 고대부터 행해온 신성한 의례입니다.


해인사 경내를 둘러본 뒤 나올 때 저는

그냥바람님께 꽃을 좀 준비해달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인사를 나오며

국사단에 들러 정견모주께 꽃을 바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2015-05-20 10.05.39.jpg 

2015-05-20 11.27.02.jpg


우리는 정견모주께 꽃을 바치고 절을 했습니다. 가야산을 보호해주시고

이곳 해인사에서 수행하시는 분들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보호해주시라고 말입니다.

한가지 정견모주의 이름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정견(正見)'이란 이름입니다.

부처님의 팔정도의 첫번째 가르침이 바로 '정견(正見)'입니다. 

수행자는 올바른 관점(view)이 없으면 올바로 수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모든 수행처의 가르침입니다. 따라서 해인사 스님들에게

정견모주는 가야산의 산신령일 뿐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시는

깨달음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인사 스님들 역시 정견모주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그러므로 수도암-가야산 종주는 최종적으로 해인사 상왕봉에서 신성함을

확인한 후 이 국사단에 와서 정견모주께 큰 절을 하고 감사드리는 걸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잃어가는 몇 안 남은 우리의 문화를 지키고

우리 내면의 밝음과 선함을 나날이 키워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잘 자라는 법이니까요.


아참!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도암-가야산 종주를 다음부터는

"수도암-가야산 순례길"이라 바꿔 부를 것입니다.

능히 그리 불릴 만한 신성한 순례길이니까요.